개인회생자격
보란은 속삭이듯 말했다. "잠이 깨면 당장에 말이야." 순간,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. 햇빛이
눈부셨다. 어깨는 마치 악마가 춤을 추고 있는 듯 화끈거렸다. 젊은 여인이 침대 곁의 창가
에 사서 플라인드를 만지작거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. 물결치듯 어깨로 드리워진 검은
머리카락이 매혹적이었다. 여인은 거의 알몸에 가까웠다.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다 그
가 눈을 뜬 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얼굴이 새빨개졌다. "고양이의 주인이군!"
개인회생자격 개인회생자격 개인회생자격 개인회생자격보란은 술에 취한 듯한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.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그에게로 다가와
체온계를 그의 입에 밀어넣었다. "오늘 종일 잠만 잘 줄 알았는데....." 보란이 무슨 말인가
를 하려 하자 그녀는 체온계를 가리키며 제지시켰다.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묵묵히 서로를
바라보았다.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. 그녀는 체온계를 뽑아 눈금을 읽었다. "정말. 당
신은 강철 같은 사람인가 봐요. 열이 전혀 없어요." "열은 모두 어깨에 모여 있을 거요."
보란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 보였다. "저는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." 그녀는 진지한 표정
이 됐다. "어떻게?" "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떠들석하다구요. 신문에 당신 사진도 나왔어
요. 당신이 바로 그 저격수죠. 보란 씨?" "아, 당신은 분명 이국적인 이름을 갖고 있을 것
같은데, 카르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?" "저는 발렌티나예요. 발렌티나 퀘렌테."
"발렌티나. 예쁜 이름이군! 그런데 지금 몇 시인가요?" "점심때가 다 되었어요."
"시간이 많이 지났군. 당신이 경찰을 부를 시간은 충분했을 텐데. 왜 부르지 않았죠?"
"아예 그렇게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에요."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
내려다보며 말했다. "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잖소? 왜 신고를 안 했죠?"
"당신이 저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. 그리고 유죄가 증명될 때까지 누구든 죄인은 아니
에요." "나는 분명히 죄를 지었잖소?" "잘 알고 있어요."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죠?"
"거의 모두 알고 있어요. 이 주일 동안 당신은 모두 11명의 마피아를 죽였죠? 당신은 살아
있는 비극, 그 자체예요. 그래서 전 경찰에 신고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." 그는 희미하게
웃었다. "나의 동기에 동정이 갔기 때문이오?"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.
"사람을 죽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요. 살인은 어떤 이유에 서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
잖아요?" 보란은 상체를 조금 움직여 보았다. "나는 내가 저지른 일을 정당화시키지 않겠
소.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." 그녀는 또 하나의 베개를 그의 어깨 밑에
받쳐 주었다. "이건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쟁 중의 하나일 뿐이오. 선과 악의 대
결이라고나 할까. 나는 선의 쪽이라는 생각으로 나를 정당화시키고 있소." "그런 이야기는
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겠어요. 지금은 당신에게 뭔가 먹을 걸 마련해 주는 게 좋을 것 같군
요. 달걀은 어떻게 한 것을 좋아하시죠?" "날것이 아니면 다 좋소." "정말이세요?" "정말이
오. 아무렇게나 만들어 주시오. 아, 그리고 내 옷은 어디 있소?" 당신 몰래 내가 훔쳤어요.
당신은 고약한 올드 미스에게 걸려 든 셈이에요. 보란. 나는 나의 침대에 들어온 남자를 그
대로 보내지는 않아요." 장난기가 가득한 그녀는 정색을 해보였다. "무서운 올드 미스로군!"
그는 그녀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. "스크램블!" "뭐요?" "나는 무엇을 잘 만들어 보
려고 애를 써도 스크램블밖에는 안 돼요. 스크램블이더라도 참아 주라구요."
댓글
댓글 쓰기